안녕하세요 친절한 우주씨 입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3주차 훈련 일기입니다. 국시가 얼마 안남으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보의를 가려면 역시 첫번째 관문은 훈련소 입니다. 재밌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입소 12일차 (월요일)
오늘은 D-16 일. 시간이 너무 안가서 남은 날짜를 세보기로 한다.
절반이 넘어가면 그나마 할만 하지 않을까?
오늘은 CBT(영상교육자료). 구급법 실습을 진행한다.
내일은 수류탄을 던져본다고 하는데 얼릉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딱 오늘까지만 지루할 것 같다. 2주차부터는 순식간이라며 분대장(조교)들이 힘내라고 한다.
구급법 실습은 좀 웃긴 모양새였다.
우리들 중에서 구급법(CPR)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평가를 하는 시간이였는데 조교들이 그냥 넘어가자고 한다.
'누가 누구를 평가해'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
우리는 열심히 배운대로 분당 몇회! 최소 깊이는 몇센치. 몇인치를 넘지 않도록 한다!
인공호흡을 할 때는 코를 제대로 막고, 기도를 정확히 열고!
압박 30회에 인공호흡 2회!
막 우리끼리 시나리오를 짜면서 재밌게 했다. 앗! 저기 의식을 잃은 사람이 보입니다!
PM 6:49
저녁에 자기 정비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처음으로 비가 오는데 썩 좋지는 않다.
비가 오면 판초라는 우비같은 걸 입게 되는데. 퀘퀘한 냄새가 심하고. 샤워를 해도 찝찝하다.
배식조가 드디어 끝나서 여유가 생긴다.
내일은 수류탄을 던진다. 기대된다.
오늘은 인터넷 편지가 오지 않으려나?
여자친구. 엄마. 아빠 동생. 티모는 잘 있을까.
오늘의 부식 : 파워 에너지바
입소 13일차 (화요일)
소총 제식 및 수류탄 교육
AM 8:16
오늘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아침 뜀걸음(1.5km 정도)은 부담이 없고 상쾌하기 시작한다. 오늘도 화이팅
PM 00:36
제식은 언제 해도 지루하다. 게다가 소총 제식은 은근히 어렵다.
앞에 총? 어디 총? 이런.
처음으로 야외 교장을 갔다. 10분정도 걸어갔다. 이게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 한다.
수류탄을 어서 던져보고 싶다.
PM 8:06
연대 목욕탕은 기이하다. 7시에 넘어서 들어가니 뜨거운 물이 나온다.
약간만 찬물쪽으로 레버를 돌리면 아주 차갑다. 이런.
덕분에 씻는둥 마는둥 했다. 생지옥처럼 찬물에 훈련병들의 비명이 빗발친다.
수류탄은 나름 꿀잼이였다. 깜짝 놀라면서도. 재밌었다.
모형 수류탄을 던지는데.
쾅 하고 터지는게 아니라. 폭! 하고 터진다.
내일은 드디어 14일째. 얼릉 나가고 싶다.
입소 14일차 (수요일)
D-14
AM 7:58
드디어 절반이 지났다. 오늘은 소총의 조작에 대해서 배운다.
12시간에 걸쳐 내일까지 PRI가 있다는데. 엄청 힘들다며 겁을 준다.
금요일엔 영점사격을 한다니 시간이 금방 가는것 같기도 하다.
오늘부터 밥 양을 1/2로 줄여보았다.
간만에 잠도 잘 자고. 상쾌하지만 오늘은 불침번이 있다.
불침번도 4번 남았다. 경계근무도 있다는데, 서볼 기회가 있을 지 모르겠다.
경계근무를 다녀온 친구들이 자꾸 허튼소리를 한다.
무기고에 청룡언월도가 있다느니.
호랑이가 지나갔다느니.
다들 막 웃으면서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꽤 유쾌한 날이다.
입소 15일차 (목요일)
D-13
AM 7:54
드디어 3주차. 어제는 사격술 예비훈련을 진행했다. 오늘 8시간 더 진행한다.
지겹지만 총을 쏘는 행동이 쉽지 않은 일이므로, 긴장하고 연습해야 겠다.
(사격술 예비훈련이란, 앉아쏴, 서서쏴 등의 자세를 꾸준히 반복하는 것)
절반을 넘어가니 힘내자!
내일은 영점사격을 하는 날인데. 우리끼리 내기를 했다.
지는 사람이 2일동안 노예를 하기로 했다.
슬리퍼를 정리해주고, 물을 떠다주고 청소를 대신 해주기로 했다.
길냥이가 지나가서 티모가 생각난다.
Wish List를 작성해 봐야겠다.
PM 7:00
사격술 예비훈련이 금방 지나갔다. 실질적으로는 조준점을 맞추는게 중요한 것 같은데,
시력이 나빠서 쉽지 않다. 만발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내일은 영점사격이 있는 날인데, 오전에 통과하면 오후는 쉬게 해주겠다고 했다.
얼릉 통과하고 싶다.
입소 16일차 (금요일)
D-12
PM 4:47
오전은 사격 준비로 분주해서 시간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긴장되고 정말 소리가 컸다. 과장을 보태 음파가 전달되는 느낌.
다행히 오전에 합격해서 쉴 수 있었다.
(google image)
(저 원 안에 세발을 넣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안보인다. 25미터 밖에 저걸 두면. 그냥 까맣고 하얗다.)
벌써 주말이고, 영점을 획득해서 맘이 편했다.
+ 슬슬 나가서 무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16일차도 종료!
오늘 부식은 쿠키였다. 부식을 요새 안먹어서 군화 가방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특이한 과자들도 있어서 나가면 여자친구 줘야겠다.
감기를 조심했어야 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기분이 예민하고 좋지 못했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연예인 사진을 코팅해서 보냈다.
덕분에 친구가 연예인이 되었다. 분대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재밌는건, 실수였는지 여자연예인의 사진이 악의적으로 합성된 사진을 보내서
유륜 부위가 살짝 보이려고 하는 사진이였다.
참 별의별 사람이 다있다. 그런 사진을 구글에 올리다니.
오늘은 인터넷 편지가 안왔다.
입소 17일차 (토요일)
D-11
오늘은 주말.
헌혈차가 있지만 다들 "헌혈은 해도 나가서 한다"고 하고 그냥 쉬었다.
이제 슬슬 가나파이도 질려가기 때문이다.
오늘은 라면을 준다고 한다. 세상에.
팔도 짜장 비빔면이 맛있다는데 어떠려나?
원래 정훈평가가 있었는데. 그냥 전원 통화를 하게 해줬다.
감기기운이 나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비가 오는 덕에 일광건조 & 모포털기를 다 안해서 좋다.
라면을 먹으니 살이 찌는 느낌이다.
"그런데 짜장 비빔면은 맛이 없었다"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입소 18일차 (일요일)
D-10
PM 6:53
하루종일 '성채' 라는 책을 읽었다. 아주 명작이다. 의사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내일부터 10일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밤에 잠들기 전에 모든 분대원들이 카운트를 하고 자기로 했다.
이제 훈련이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마저 힘내서 하자!
1. 성채에서 앤드루 - 크리스틴 같은 관계가 멋졌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2. 별 3개 단 누군가 왔다. 훈련소장?
교회를 갔는데 참 특이했다. 목사같은 사람이 말하는 화법이 특이했다.
크레센도처럼.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었다가! 뭔가를 얘기한다.
프로페셔널 해 보였다.
기독교 종교행사는 참 신선한 경험이였다.
(유투브 - 논산훈련소 실로암은 실화였다)
여기까지 입니다. 벌써 절반을 넘어왔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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