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우주씨

안녕하세요 친절한 우주씨 입니다. 드디어 끝이 보이는 훈련소 일기입니다. 오늘중으로 마무리 하고, 추억도 이쯤에서 덮어둬야 겠습니다.

훈련소 안에서 많은 걸 생각했었고, 벌써 해가 넘어갔습니다. 새해에 모든분들 좋은 일만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입소 19일차 (월요일)


AM 7:43


오늘은 기록사격이 있는 날이다. 날씨가 흐려서 걱정이다.

정작 쏘는 시간은 10분이 안될텐데 하루종일 나가 있어야 한다니. 고달플 것 같다. 

게다가 야간 경계근무가 있다. 잠은 다 잤구나.

내일 오전이 너무 힘들 것 같다.

레모나를 까먹어야겠다. 누군가 몰래 숨겨온 것 같다. 철저한 친구들이다.

끝이 보인다. 이번주 까지만 참자.


이날 9시에 귀가했다. 엄청 피곤하고 한게 많은 날이였다.

일기 쓸 시간이 없다.


기록 사격은 야간까지 진행되었다.

야외 교장에서 훈련이 진행될 때. 식판에 비닐을 씌우고 배식을 받아서 먹는다.

먼지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 기분. 그래도 배고프니 맛나게 먹었다.




입소 20일차 (화요일)


PM 7:08


오늘은 화생방 훈련을 했다. 막 두려운 것도 막상 지나고 보면 쉽다고 느꼈다.

심지어 쾌감도 느꼈다. 엄청 두려웠지만 그걸 겪어 냈다고 생각하니.

코가 맵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화생방 가스 분자가 갈고리 같다더니, 그 갈고리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비염, 라식, 천식이 있는 사람들은 훈련에 열외했다.

라식은 그런다 치고. 천식이 있는 사람이 정말 있었을까?


군장을 메고 처음으로 훈련을 한 날이다. 갈때는 한없이 힘들다가도, 올때는 또 괜찮았다.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두려워 하지 말자. 이겨낼 수 있다.


야간 경계근무에 탱크를 봤다고 뻥을 쳤다.

이런 기분으로 장난을 쳤구나 싶다.

힘들지만 친구들과 재밌게 보내고 있다.


내일은 각개전투가 있는 날이다. 날씨만 좀 좋았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편지가 없다. 여자친구가 바쁜가보다.

가족들, 티모는 잘 있을까.

이제 얼마 안남았다.




입소 21일차 (수요일)


AM 8:07


각개전투가 시작된다. 오늘은 오전만 하고 오후엔 정훈평가와 체력측정이 있다.

단독군장이고 비교적 가까워서 오늘은 괜찮을 거라고 한다.

내일과 모레는 꽤 이동거리가 멀다고 하니 걱정이다.

게다가 금요일엔 불침번까지 있어서 고생이 예정되어있다.


하고싶은 일들을 적어나가고 있다.

각개전투도 막상 하면 괜찮겠지. 화이팅.


PM 7:25


오늘도 그새 지나갔다. 이제 내일하고 모레만 버티자.

각개전투 자체가 힘든 것 같지는 않다. 걷는게 힘들다.




입소 22일차 (목요일)


PM 7:41


아침부터 엄청나게 바빴다. 점호 없이 바로 식사 후

아침에 바로 중대 점호장에서 출발을 했다. 교보재(장난감 총, 고장난 총, 훈련하면 땅에서 굴러야해서)를 받고 이동했다.

갈땐 날씨도 좋고 선선해서 좋았다.

각개도 재밌었지만. 오후 시간이 힘들었다.

이동거리가 5km 정도 되는 느낌이다. 거길 이제 큰 군장을 메고 이동하니 힘들었다. 다리도 점점 굳는느낌.

공보의들은 엄살이 심하다..ㅎㅎ..

그래서 군장을 안메고 온 인원들이 많았으나.

운동도 할 겸. 훈련도 빼먹고 싶지 않아서 그냥 군장을 멨다.

그런 모습이 좋게 보였는지 좋은 점수를 받았다.


내일은 좀더 낫다니, 내일만 참자.

내일은 라면도 주고 밥도 군대리아! 신난다.




입소 23일차 (금요일)


PM 7:26


각개전투가 끝났다. 정말 전쟁놀이였다. 진짜같은 장애물을 넘고 산 사이를 뛰어다니며 올라다녔다.

순식간에 지나갔다 재밌는 훈련이였다. 많이 힘들긴 했지만.

이제 슬슬 분대원들과 미래 계획을 얘기한다. 참 설레는 순간이다.



부모님한테 잘하자! 여자친구, 가족, 친구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훈련이 힘들긴 했지만, 열외하고 싶지 않아 끝까지 했다. 다른 친구들은 편하게 가는게 부럽기도 했다.

몸이 힘드니 언제든 그만 하고 싶었다.

군장을 메고 긴 거리를 걸으니 다리 근육이 붙는것 같기도 하다.

나가면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


이번주는 전화를 할 기회가 많았다. 어서 나가고 싶다.

행군도 열심히!




24일차 (토요일)


PM 1:01


주말은 한가하고 할 게 없다. 힘든 훈련이 지나가니 시간이 더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설렌다. 날이 따듯해지면 늘 느끼는 기분이지만, 나가질 못하니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은 인터넷편지도 더 안올것이고, 책도 다 읽어서 재미가 없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 하나.


PM 7:38


책 한권을 더 읽었다. 재밌었다.

잠을 참 많이잤다. 짬뽕 왕뚜껑을 먹었는데, 이렇게 맛있었나 싶다.

이제 수료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살을 더 빼고 가고 싶다.




25일차 (일요일)


PM 3:30


오늘도 기독교 종교행사를 다녀왔다. 종교활동이 나름 재미있다.

수레바퀴 아래서 라는 책을 읽었다. 살짝 지루하면서도 슬슬 몰입이 된다.

고전 문학은 기본적인 교양과 감성을 가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듯 하다.


분대원들은 마피아의 상위버전 '아발론' 이라는 게임을 한다.

슬슬 질려서 안하기로 했다.

'독일인의 사랑' 이라는 책을 읽었다. 고전문학의 로맨스에서 오는 감정은 늘 즐겁다.


쌀국수 컵라면을 먹었는데.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이런.

목요일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곧 나간다! 내일은 행군을 하고, 화요일 수요일만 보내면 수료식이다.


PM 6:25


훈련소는 다른 것들을 얼마나 그리워 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였다.

그리고 그리운 감정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 독일인의 사랑 ' 에서 한 구절을 적어본다.


' 이 반지는 날 주지 말고 그냥 그대로 가지고 있어. 네것은 모두 내것이니까 '




이제 한편이 남았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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