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우주씨

이 책을 선정하여 읽은 이유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게다가 읽기 쉬운 문체와 박진감 넘치는 추리물들이 많아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작가이다. 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여러권 접해 보았고, 대부분 몰입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너무 자기계발, 재테크 등의 경제서적을 가까이 하다보니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마침 자주 이용하는 '리디셀렉트'에서 히가시노게이고 신간 알림이 와서 이번주의 책으로 선정하였다. (2014년 출간된 책이여서 많은 분들이 읽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셀렉트에 처음 출간되어 신간으로 알람이 온듯 하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

강도에게 사랑하는 외동딸을 잃은 주인공 '나카하라'는 그 사건이 가져온 허탈감과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인인 '사요코'씨와 이혼하게 된다. 그리고 11년 후 한 형사가 찾아와 전부인 '사요코'가 살해당했다고 전했다. 이를 계기로 사요코의 발자취를 쫓은 '나카하라'는, 사요코가 11년 전의 사건을 잊지 못하고 더 나아가 '사형제 폐지'에 관해 조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전부인 사요코의 죽음에는 다른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메모 및 코멘트

'공허한 십자가' 메모 및 코멘트

책에 나온 문구는 밑줄과 이탤릭체로 표기하였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이지만 추리소설이 아니다. 단서를 찾아서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일반적인 전개가 아니라,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형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사형제도는 이상적인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카하라의 딸을 죽인 강도는 결국 후회와 반성은 전혀 하지 않고 사형에 쳐해졌다. 게다가 살인범의 사형이 처해진 후에 나카하라와 사요코 부부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살인은 무력하다"라는 문구가 와닿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시행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유족의 마음을 풀 길이 없다. "범인이 죽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유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족들에게 선택지는 둘중에 하나 뿐이다. 사랑하던 가족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고 어쩔수 없는 용서를 하거나, 살인자를 영원히 미워하지 못하게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사형'에 처하던가. 사형은 분명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유족들에게 용서를 강제하지 않기 위해서 꼭 존재해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기징역이나 복역은 어떠한가."'이 살인범이 교도소에 몇년만 있으면 참사람이 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두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졌다는 의미이다. 살인자들이 본인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그저 교도소에 있다는 것 만으로 '십자가에 묶여있다'면. 반성과 죄의식이 없는 '공허한 십자가'가 아닐까. 후회와 반성은 그 무게가 있지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살인자이다. 교도소는 교화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살인자 스스로가 십자가를 공허하게 만든다면 의미가 있을까? 복역은 사회에 위험한 사람인 살인자를 물리적으로 격리시키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복역 기간을 채우고 나서 자유의 몸이 된다면 다시 죄를 짓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책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죄'가 등장한다. 정말 우발적으로 나카하라의 딸을 죽인 살인범은 결국 후회하지 않았다. 사요코를 살해한 사쿠조는 평소 행실이 불량했지만, 살인의 동기는 스스로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결말이 나지는 않았지만 아마 사쿠조는 10년형을 받을 것으로 변호사는 예상했다. 사쿠조의 장인인 후미야와 후미야의 과거 여자친구인 사오리는 고등학생때 실수로 임신하여 낳은 아이를 산속에 묻는 살인을 했다. 하지만 후미야는 이를 깊게 뉘우치고 소아과 의사로 헌신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자살하려고 한 임산부인 사야마를 돌보면서 결과적으로는 둘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모든 사건들이 전무 사람을 살인했다는 사실 자체는 동일하지만. 인간의 법에 따르면 그 처벌은 각기 다르다. 완벽한 심판을 내리는 것은 모순투성이인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형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할까? 피해자는 이미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서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가? 살인자는 살아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하는 것인가?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을수는 없어서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살인자는 무슨 권리로 살인을 행한것인가?

 

책을 읽는 내내 많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살인제도의 존폐 여부에 관해서는 결국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감정적으로는 살인제도가 분명히 존재해야 하는데, 이성적이고 조금더 고차원적인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면 사형을 집행하는 것 또한 살인이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인간이 인간을 반성하게 만들고 후회하게 만들고 새롭게 살아가게 만들수 있는지에 대한 것 자체부터 의문이다. 뺏을수도 없고 고칠수도 없다. 사형제도에 관한 논란은 정말이지 답이 없는 문제이다.

서평

두개의 사건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고 결국 나중에 접점이 되어 만나게 되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어느순간 진지하게 몰입해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어서 아주 좋았다. 사형제도에 대한 토론을 예전에 학창시절에 했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그 이후에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 본 것은 정말 처음이였다. 그 과정 자체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역시 작가의 역량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초반에 인물들이 다소 번잡하게 등장해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던것 같다. 중고교생의 도덕이나 윤리 시간에 소개하면 좋을듯한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만에 재밌게 읽으면서 흥미롭게 사색했던 것 같다. <공허한 십자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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